중년 여성 다이어트 (비만 원인, 비만 치료제, 건강 식습관)
솔직히 말하면, 저는 20대부터 체중계 숫자에 제 하루 기분이 좌우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40대가 되고 나서야 깨달았습니다. 식사량이 줄었는데도 뱃살은 느는 이 현상이, 의지 부족도 게으름도 아니라는 것을. 흉부외과 전문의이자 저서 『비만록 나는 마운자로를 맞는 의사다』의 저자가 최고 118kg에서 78kg까지 40kg을 감량하며 남긴 기록이 제 생각을 완전히 바꿔놓았습니다.
왜 열심히 해도 살은 안 빠질까 — 비만의 진짜 원인
저도 처음엔 "덜 먹고 더 움직이면 된다"는 말을 철석같이 믿었습니다. 덴마크 다이어트도 해봤고, 간헐적 단식도 몇 달씩 버텼습니다. 체중이 줄긴 했습니다. 그런데 끊는 순간 살이 돌아오는 속도가 너무 빨라, 오히려 더 자책하게 됐습니다.
여기서 핵심은 '요요 현상(Yo-yo Effect)'입니다. 요요 현상이란 단기 식이 제한 이후 신체가 에너지 부족 상태를 학습해 기초대사량을 낮추고, 식사를 재개하면 평소보다 더 빠른 속도로 지방을 축적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극도로 열량을 제한하는 방식일수록 요요 폭이 커집니다.
BMI(체질량지수)라는 수치도 한 번쯤 짚어둘 필요가 있습니다. BMI란 체중(kg)을 키(m)의 제곱으로 나눈 값으로, 비만 진단의 기본 기준이 됩니다.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으로 BMI 30 이상이면 비만, 35 이상은 고도비만으로 분류됩니다(출처: WHO, Obesity and Overweight). 앞서 언급한 흉부외과 교수의 경우 BMI가 최고 37까지 올라간 상태였고, 저도 제 BMI를 계산해보고 나서야 '이건 의지로 해결할 수 있는 범위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했습니다.
더 중요한 지점은 호르몬입니다. 비만은 단순히 칼로리 과잉이 아니라 인슐린 저항성, 렙틴 저항성 같은 대사 호르몬의 교란과 깊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렙틴 저항성이란 포만감을 알리는 호르몬인 렙틴에 뇌가 제대로 반응하지 못하는 상태를 말하는데, 이 상태에서는 충분히 먹어도 배가 부르다는 신호를 받지 못하게 됩니다. 칼로리 계산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 덴마크 다이어트, 저탄고지, 간헐적 단식 등 단기 식이 제한은 유지 자체가 불가능하고 중단 시 요요가 동반
- BMI 30 이상(WHO 비만 기준) 또는 BMI 27 이상 + 고혈압·당뇨 등 합병증이 있을 경우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한계가 있음
- 렙틴 저항성·인슐린 저항성 등 대사 호르몬 교란이 비만을 지속시키는 근본 원인 중 하나
- 운동은 심폐 지구력 향상에는 효과적이지만, 체중 감량 자체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
위 소매 절제술에서 마운자로까지 — 비만 치료제의 실제
제가 이 부분을 읽으면서 가장 충격받은 대목이 있습니다. 위를 3분의 1이나 잘라내는 위 소매 절제술(Sleeve Gastrectomy)을 받고 6개월 만에 26kg을 뺐는데, 4년이 지나자 감량된 체중의 절반이 다시 돌아왔다는 겁니다. 위 소매 절제술이란 위의 약 75~80%를 제거해 식사량 자체를 물리적으로 줄이는 수술을 말합니다. 그 정도 수술을 했는데도 살이 다시 찐다는 건, 비만이 얼마나 복잡한 질환인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입니다.
수술 후에도 체중이 102kg까지 다시 올라간 이유를 보면 흥미롭습니다. 먹는 양은 줄었지만, 위 소매 절제술로 소화가 잘 되는 리조또나 국밥 같은 고칼로리 음식을 자연스럽게 선호하게 되면서 총 열량은 줄지 않은 것입니다. 인간의 몸이 얼마나 영리하게 살을 지키려 하는지를 보여주는 부분이었습니다.
이 상태에서 GLP-1 수용체 작용제(GLP-1 RA) 계열의 비만 치료제를 사용하기 시작한 결과, 추가로 약 19kg을 감량했습니다. GLP-1 수용체 작용제란 식욕을 억제하고 혈당 조절을 돕는 호르몬인 GLP-1의 작용을 강화하는 약물로, 마운자로(성분명: 티르제파티드)나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 등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제가 직접 써본 건 아니지만, "인내심이 거의 필요 없었다"는 표현이 너무 인상적이었습니다. 호르몬 스위치 하나로 40년 넘게 유지되던 체중이 바뀌었다는 경험담은 비만을 '의지의 문제'로만 봐온 시각을 완전히 뒤집는 이야기입니다.
다만 비만 치료제가 모든 사람에게 해당되는 건 아닙니다. BMI 30 이상이거나, BMI 27 이상이면서 고혈압·당뇨·고지혈증·수면 무호흡증 등 비만 관련 합병증이 동반된 경우에만 의학적으로 적합하다는 기준이 있습니다. 기준에 맞지 않는데 사용하는 것은 의학적으로도 윤리적으로도 권장되지 않습니다. 한국비만학회 역시 비만 치료제의 처방 기준과 안전한 사용에 대한 지침을 별도로 제시하고 있습니다(출처: 대한비만학회).
40대 중년 여성의 건강 식습관 — 칼로리 말고 무엇을 봐야 하나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20대엔 칼로리만 줄이면 살이 빠졌습니다. 그런데 40대가 되니 같은 방식이 통하지 않더군요. 식사량이 줄었다고 생각했는데 간식이 늘어있고, 그 간식이 과자나 당 음료였던 경우가 많았습니다. 배고프지 않아도 무료함이나 스트레스 때문에 손이 가는 습관적 섭취가 문제였던 겁니다.
중년 여성의 경우 에스트로겐(Estrogen) 수치가 낮아지면서 대사 속도가 떨어지고 복부 지방이 축적되기 쉬운 신체 환경이 만들어집니다. 에스트로겐이란 여성 호르몬의 일종으로, 폐경 전후로 급격히 감소하면서 인슐린 감수성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칼로리를 동일하게 섭취해도 40대 이후에 살이 더 잘 찌는 생리적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렇다면 실질적으로 무엇을 바꿀 수 있을까요. 제가 지금 실천하고 있는 방향은 칼로리 계산보다 식품의 질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정제 탄수화물을 줄이고, 단백질과 식이섬유가 풍부한 자연식 위주로 바꾸는 방향입니다. 효소 가루나 지방 컷 알약 같은 다이어트 보조제는 제 경험상 아무런 효과가 없었습니다. "뭔가를 먹어서 살이 빠진다"는 생각 자체를 버리는 것이 오히려 더 중요한 출발점이었습니다.
저당 제품이나 제로슈가 음료도 비슷합니다. 맛이 일반 제품에 못 미치는데 억지로 먹다 보면 결국 과식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차라리 원하는 것을 적은 양 먹는 편이 심리적으로도 훨씬 지속 가능했습니다. 평생 유지할 수 없는 방법은 다이어트가 아니라 고문에 가깝다는 걸 몸으로 배웠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40대 중년 여성인데 식사량을 안 늘렸는데도 살이 찌는 이유가 뭔가요?
A. 에스트로겐 감소로 인한 대사 저하가 주요 원인입니다. 폐경 전후로 여성 호르몬이 줄어들면 인슐린 감수성이 낮아지고 복부 지방이 축적되기 쉬운 신체 환경이 만들어집니다. 식사량이 같아도 살이 찌는 생리적 변화이기 때문에, 칼로리 계산보다 식품의 질과 탄수화물 구성을 점검하는 편이 더 실질적입니다.
Q. 마운자로나 위고비 같은 비만 치료제, 저도 맞을 수 있나요?
A. BMI 30 이상이거나 BMI 27 이상이면서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수면 무호흡증 등 비만 합병증이 동반된 경우에 의학적으로 적합한 기준입니다. 기준에 해당하지 않는데 단순 체중 감량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의학적으로 권장되지 않으며, 반드시 전문의 상담을 통해 판단해야 합니다.
Q. 다이어트 보조제(효소 가루, 지방 컷 알약 등) 효과 있나요?
A. 제 경험상 효과를 체감한 적이 없었고, 관련 전문가들도 다이어트 보조제의 체중 감량 효과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입니다. '무언가를 먹어서 살이 빠진다'는 기대 자체를 내려놓는 것이 오히려 올바른 출발점입니다. 식습관 개선과 생활 방식의 변화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Q. 위 소매 절제술 받아도 살이 다시 찔 수 있나요?
A. 실제로 위를 3분의 1 절제하는 수술 후에도 4년 뒤 감량 체중의 절반이 돌아온 사례가 있습니다. 위 절제 후 신체가 소화가 잘 되는 고칼로리 음식에 적응하면서 총 열량 섭취가 다시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수술은 강력한 수단이지만, 이후 식습관 관리와 경우에 따라 비만 치료제 병행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Q. 운동으로 살을 빼는 게 왜 어려운 건가요?
A. 운동은 심폐 지구력 향상과 전반적인 건강 증진에는 분명히 효과적입니다. 그러나 운동만으로 체중을 유의미하게 줄이기는 어렵습니다. 운동 후 식욕이 증가하거나 보상 심리로 더 먹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체중 감량 목적이라면 식습관 개선이 운동보다 훨씬 큰 변수입니다.
결론
지금 저는 체중계 숫자보다 어떤 음식을 먹고 있는지에 집중하려고 애씁니다. 쉽지 않습니다. 뱃살이 느는 게 감지될 때마다 예전처럼 칼로리를 계산하고 싶은 충동이 올라옵니다. 그런데 그게 40년 가까이 효과가 없었다는 걸 이제는 압니다.
비만은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치료가 필요한 대사 질환입니다. 고도비만이라면 수술과 비만 치료제라는 선택지가 실제로 존재하고, 그 기준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정제 탄수화물을 줄이고 자연식 중심으로 식습관을 바꾸는 것이 가장 지속 가능한 방법이라는 게 지금 제 결론입니다. 천천히, 한 걸음씩, 평생 유지할 수 있는 방향으로 바꿔가는 것이 아름다운 중년을 지나 건강한 노년으로 가는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